상·하위 20% 농가 소득차 12배
 

외환위기 이후 가난한 농가의 살림살이가 유독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빈농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고령농은 시장개방 등 외부 충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어 이들 농가의 소득안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8~2003년 전체 농가소득은 해마다 5% 이상 올랐지만 소득수준이 하위 20%인 농가소득은 평균 2%씩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1998년의 경우 상위 20% 농가의 소득은 4,256만원, 하위 20% 농가의 소득은 588만원으로 7.2배 차이였던 것이 2003년에는 상위 6,217만원, 하위 516만원으로 12배까지 벌어진 것이다.
 
농가소득의 불평등도가 이처럼 확대되는 데 대해 농경연은 농가 간 기술적 차이 등으로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농경연은 “소득불평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농가 간 상대적 상실감 확대와 이로 인한 노동력 이탈 등 농촌의 사회·경제적 불안정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직접지불금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농가들은 대체로 경작면적이 넓지 않기 때문에 경지면적을 기초로 지급되는 직불금만으로는 농가 소득격차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렇다고 이들 농가에게 무작정 탈농을 권할 경우 실업과 농촌공동화 등 사회문제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성진근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가마다 기술 수준과 소득에 대한 관심도에 큰 차이가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인 만큼 대상에 맞는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외국의 경우 대규모 농가는 보험제도를, 소규모 저소득 농가들에게는 소득안정망을 강화시키는 정책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도시 영세민에게는 최소생계비가 지원되지만 소규모 농업인의 경우 농지를 조금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런 지원도 받을 수 없다”며 “저소득층 농가, 특히 고령농의 경우 농촌에서 농사를 계속 짓게 하면서 부족한 농업소득을 메울 수 있는 의료·복지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의식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가의 상황에 따라 차별적인 소득안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고령농의 소득문제라면 농지를 ‘생산’ 용도로만 인식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도시 가계에 이미 활성화되고 있는 ‘역모기지론’ 제도(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아 노후생활비 등으로 활용)를 농가에도 정책적으로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 그는 “정부가 도입하려는 농지은행 제도를 활용, 농가가 소유한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동시에 그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매달 일정한 현금을 받아 생활하게 하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처 : 농민신문 2005.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