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몽롱하거나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내기 위해 찾는 1순위 식품. 밥 먹은 후 마시면 소화가 잘될 것 같고 개운한 느낌을 주는 식품. 바로 커피다. 인스턴트커피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는 커피가 기호식품이 아니라 생필품이다. 특히 크림(일명 프림)의 부드러움과 설탕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커피믹스의 소비량은 어느 나라보다 높다. 지난해 1조4,000억원의 전체 커피시장(포장한 커피를 매장 밖으로 갖고 나가는 ‘테이크 아웃’ 커피 제외)에서 커피믹스는 8,500억원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적게는 하루 한잔, 많게는 서너잔 이상씩 마시는 커피믹스에는 어떤 성분이 섞여 있을까.

커피믹스에는 커피크림이 들어 있다. 이 크림을 우유나 유제품으로 만들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크림의 주성분은 우유가 아니라 기름이다. 커피포장지의 성분표시란을 보면 ‘식물성 경화유지’라고 쓰여 있는데 이것이 바로 크림의 주원료다. 식물성 기름에 물을 섞고 물과 기름이 잘 섞이도록 유화제를 넣은 다음 여기에다 맛과 향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카제인나트륨·인산이칼륨 등 각종 식품첨가물을 넣어 만든 것이 크림이다.

커피크림에 들어가는 이 기름은 100％ 포화지방산이다.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크다. 또 우리 몸에서 지방 등 에너지가 넘칠 경우 가장 먼저 배에 쌓인다. 하루에 몇잔씩 무심코 마신 커피믹스가 뱃살을 늘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건강을 생각한다면 크림과 설탕을 뺀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 일회용 커피믹스 끝을 잘 살펴보면 작은 글씨로 숫자가 1~10, 알파벳은 A~J까지 새겨져 있다. 보통 숫자가 낮을수록 설탕 양도 적고 커피맛이 순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커피믹스에 붙은 번호는 생산라인의 번호로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포장지에 적힌 숫자는 10대의 분말주입기 중 어느 기계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식별해 불량제품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커피·설탕 등이 모두 똑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맛에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