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비오는 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6-28 조회수 4234

비오는 날
 

 장마가 시작됐다. 더위가 한 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지난 달 말부터 벌써 한 여름인 양 뙤약볕을 내리 쪼이더니 근 한 달 만에 기온이 떨어졌다. 축구를 볼까 그냥 잘까 망설이고 있는 밤이면 ‘후두둑’ 창가를 때리는 빗소리가 시작되는가 하면, 어느 사진가의 소나무 사진을 보러 가는 자하문 터널 길에는 부슬부슬하게 초가을 같은 비가 내려 그 여정을 더욱 감상적으로 만든다.

스산한 날씨와 장단의 고저(高低)가 없는 지루한 빗가락은 총 천연색으로 펼쳐질 한여름 앞에서 내 마음을 한 번 추스르게 돕고. 컴퓨터를 끈 책상머리에 오독이 앉아 빗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면 ‘명상’이 따로 없다. 지루한 비가 계속되는 날, 어둑어둑 저녁이 들면 또 약주 한잔 찾지 않을 수 없다.


 

▲ 문어를 올린 감자 전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독일 음식에 대한 관심들이 높다. 독일 음식은 여타 유럽 나라들의 요리와 비교할 때 너무나 소박한 것이 특징. 1,500여 종에 이른다는 소시지에 양배추를 발효시켜서 만든 절임, ‘밥’대신 먹는 감자와 맥주 정도가 대표적인 독일식 메뉴이다.

 

특히 ‘곁들임’이라기보다는 주식처럼 이들이 먹는 감자 요리법이 아주 발달되어 있다. 그 가운데 우리식의 ‘감자전’에 해당하는 메뉴도 발견할 수가 있는데, 다른 점은 감자를 갈지 않고 곱게 채를 쳐서 구워 낸다는 점이다. 이런 요리법은 프랑스 음식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는데, 잘게 채 친 감자를 온전히 감자의 전분으로만 바짝 지져내는 식이다. 감자전과 닮긴 했지만 씹는 맛이 더 바삭하다.

 

채친 감자에 양파와 당근을 섞어 넣고 감자전의 부드러움을 가미하기 위해 부침 가루나 밀가루를 조금 섞어 분량의 물과 반죽을 하여 부쳐보자. 여기에 얇게 썬 문어와 양배추를 올리고, 우스터소스나 간장을 섞은 마요네즈를 둘러주면 일본식 부침개인 ‘오코노미야키’나 문어를 넣은 간식 ‘다코야키’와 비슷한 맛으로 변하여 완전 ‘퓨전’이 되니 신세대들 입맛에 맞는다. 독일식으로 맥주 한잔 곁들이면 더 좋고.


▲ 베이컨 말이

베이컨이 머금고 있는 기름기와 그 특유의 향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종종 요리에 베이컨을 사용한다. 미국식 아침식사에 그저 바싹 구워져 나올 뿐인 베이컨으로 스테이크 고기를 둘러서 굽기도 하고, 베이컨을 잘게 다져서 튀기듯이 볶은 다음 크림수프의 가니쉬로 쓰기도 한다. 건 자두와 같은 말린 과일을 베이컨으로 말아서 오븐에 구워내기도 하는데, 베이컨이 말린 과일에 수분을 주고 그윽한 훈제 향을 베게 한다.

 

자두나 살구를 이용하면 와인 안주로 딱 좋지만, 베이컨을 두른 ‘밤’이라면 맥주에 제격이다. 시중에 파는 밤은 깎아서 진공 포장 해 놓은 제품들이 많은데, 길이를 맞추어 자른 베이컨을 두르고 이쑤시개 등으로 고정을 시킨 다음 팬에 굽거나 오븐에 넣는 것이다. 이 때 마늘도 추가 할 수 있는데 팬에 구울 때는 다진 마늘을 먼저 볶아서 팬에 마늘 향을 입힌 후에 밤을 익히면 되고, 오븐에 넣을 때에는 얇게 슬라이스한 마늘을 밤 위에 얹어 구우면 된다. 달큰한 밤, 기름진 베이컨, 알싸한 마늘이 하나 되어 비가 길게 오는 밤에 좋은 간식이 될 것이다.


 

▲ 게살 크림 크로켓

‘크로켓’은 흔히 ‘고로케’라고 일본식으로 발음하는 튀김 요리다. 다양한 속 재료를 삶아서 으깬 감자와 섞고 달걀과 빵가루를 묻혀서 튀겨내는 식이다.

 

고기를 넣은 크로켓이 좀 무겁게 느껴질 때 게살이나 다진 새우 등을 이용해 보자. 요즘은 캔에 진공 포장 되어 시판되는 게살도 있으니 으깬 감자와 잘 섞어보자. 밀가루와 버터를 볶다가 우유를 조금 넣고 저어주면 걸쭉한 크림 형태가 되는데, 이것이 서양식 ‘화이트소스’의 기본형이다.

 

감자와 버무린 게살을 이 화이트소스와 섞으면 뻑뻑한 감자가 부드러워지고, 버터에 볶은 밀가루의 깊은 맛이 요리의 격을 높여준다. 냉장고에서 차갑게 보관한 화이트 와인 한잔과 곁들이기에 맞춤인 메뉴. 맥주에 곁들일 것이라면, 잘게 다진 돼지고기에 카레 가루를 넣어 가면서 볶은 다음 감자와 섞어서 튀겨주는 방법, 다진 소시지랑 피자 치즈를 감자에 더해서 튀겨주는 방법 등이 있겠다.

 

소면을 삶을 때 냄비를 보면, 소면에서 묻어 나오는 녹말 성분이 수면에 얽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이 때 찬 물을 한 번 부어주고 다시 한소끔 끓이면 부풀어 올랐던 수면이 잠잠해지면서 면은 더 탱탱하게 익는다.            

                                                                                                    - 출처 : 엠파스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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